갯벌 죽이고 골프장? _구글 지도로 돈 버는 방법_krvip

갯벌 죽이고 골프장? _그래픽이 돈을 벌다_krvip

<앵커 멘트> 바다 생태계의 보고 갯벌. 경남 고성군 일대 연안도 바로 그런 갯벌 가운데 하나로, 조수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 대규모 담수호을 조성하기 위한 방조제 공사가 추진되면서 주민들과 환경 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제 2의 새만금, 시화호 사태로 비화되고 있는 마동호 방조제 공사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새벽녘 경남 고성군 연안 앞바다 수평선 너머로 떠오른 태양이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하늘과 바다를 깨웁니다. 이른 새벽 고기 잡이를 나갔던 어선들도 이 때 쯤이면 한 척 두 척씩 포구의 아늑한 품으로 돌아옵니다. 어시장은 막 잡아온 해산물 거래로 활기를 띱니다. 바다 아래 모래 진흙에 사는 갑각류 쏙과 게, 그리고 제철을 만난 숭어는 이 일대 연안의 주산품입니다. 어부들은 도회지로 유학간 자녀들의 학비를 대려면 잠시도 쉴 틈이 없습니다. 수신호에 맞춰 팔고 사고 또 사고 팔고 이렇게 손놀림을 빨리 하는 사이 어느덧 아침이 밝아 옵니다. 이처럼 전형적인 어촌의 풍경도 잠시, 마을 어귀에 내걸린 커다란 플래카드가 외지인들의 눈길을 끕니다. 손대면 재앙인 공사를 완전 백지화하라는 것입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갈대가 하늘거리고 철마다 희귀 새들이 찾아오는 청정 조수 보호 구역. 잔잔한 바닷가엔 새들이 짝을 지어 한가로이 노닙니다. 그러나 바다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2600 여 미터의 4차선 도로가 한창 공사 중에 있습니다. 만 양쪽 끝을 잇는 길이 830여 미터의 대규모 방조제 공사에 쓰일 차량 진입로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방조제가 완공되면 4백만 평 이상의 바다가 민물 호수로 바뀌게 됩니다. 농업 용수 개발을 위해 천 억 원대의 국비를 투입하는 국책 사업입니다. 하지만 연안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정도(경남 고성 연안 주민대책위원장): “절대 막으면 안 됩니다. 이 보세요. 절경 아닙니까 이런 내륙으로 30-40미터 들어온 멋진 해안을 육지와 바다와 하늘 땅이 만나는 곳이 대한민국에 몇 군데 있습니까 이런 데 없습니다.”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 얼굴을 서서히 내미는 갯벌. 게들은 뻘 밭 구멍에서 숨바꼭질을 즐기고 있습니다. 지천으로 널린 굴에서는 싱싱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방조제가 완공돼 바닷물 흐름이 차단되면 이들 어패류의 서식지도 사라지게 됩니다. 진입로 공사로 인해 이미 물길이 막혀 버린 커다란 물 웅덩이. 가장 자리에서는 거품이 일고 메말라 버린 땅은 쩍쩍 갈라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경남 고성 연안 주민: “지금 현재 물이 갇혀 있는 상태니까 다른 오염 물질이 들어오지 않아도 물이 이렇게 상했거든요.” 수목으로 울창했던 진입로 인근 야산은 허리가 듬성듬성 패이고 깎여져 나갔습니다. 진입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산에 있던 돌과 흙을 마구 퍼갔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던 바닷가 기암 절벽은 파도가 사라지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고 있습니다. 사업 시행사인 농촌공사는 훼손 지역은 원상대로 복구할 것이고 오폐수 처리 등 환경 오염 대비책도 이미 세워져 있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에다 환경 영향 평가까지 사전에 충분히 거친 마당에 환경 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뒤늦게 사사건건 문제를 삼고 있다고 불평을 숨기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응호(한국농촌공사 고성,거제지사 지역개발팀장): “이건 좀 너무 심한 게 아닌가, 발목 잡기 아닌가. 몇 년에 걸쳐서 토론을 통해서 된 사업은 오히려 환경적으로 좀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건의를 해서 보완을 해야지 이걸 무조건 중단하라고 하니까 실무 부서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입니다.” 하지만 개발 우선의 방조제 사업이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무한한 미래 가치를 등한시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김일환(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영국 네이처 지가 발표한 결과는요 갯벌 가치가 농지에 비해서 108배 가치가 있다고 그렇게 발표가 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서 가치가 더 있는 것을 가치 없는 그런 것으로 바꾸는 어리석은 행위를 지금하고 잇는 것이죠” 바다가 내륙을 넘보며 휘감아 들어 오는 당항포 일대. 임진 왜란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대승을 거둔 포구 가운데 하나입니다. 살아있는 역사 유적지인 이 곳도 바닷길이 막히면 제 모습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호수 일부를 매립해 대규모 수상 골프 연습장을 만드느니, 무슨 단지를 만드느니 하는 각종 개발 계획까지 난무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국농촌공사 고성·거제지사 간부: “다른 데서는 공업용도 좀 쓰자, 택지도 좀 쓰자 이러니까 서로 합의가 잘 안 되는가 봐요” (여기도 그럴 것 같은데?) “아니 이건 간척이 아닙니다. 바다를 막아도 순수하게 저수지에요.” (근데 벌써 수상 골프 연습장 들어선다고?) “그런 거 전혀 없습니다. ” 하지만 고성군이 지난달에 수립한 연안 관리 지역 계획안에는 마동호 내 4천 6백 평을 간척해 수상 골프 연습상을 만든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내년까지 골프 연습장에 투입할 예산만 15 억 원. 지형적 이점을 활용해 레저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이지만 담수호 조성이라는 원래 취지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송길조(경남 고성 연안 주민): “여기가 참 청정 해역 아닙니까 청정 해역. 여기다 마동호 공사를 하면서 골프장 계획을 세우고 주민을 갖고 우롱하는 이런 짓은 해서는 안 된다 그 이야기입니다.” 농어촌 정비법상 담수호 조성과 같은 대규모 사업을 하려면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사업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이른바 주민 동의서에 날인된 인장들입니다. 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사람의 도장이 찍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산 사람 명의 옆에는 죽은 사람의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인터뷰> 황정진(경남 고성 연안 주민): “이 황호열 씨는 우리 제종 형님입니다. 6촌 형님입니다. 82년도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 죽은 분이 권리도 없을 뿐더러 제 도장은 황호열 씨 밑에 찍혀 있으니까 기분이 좀 안 좋네요” 아예 엉뚱한 사람의 도장이 찍혀 있기까지 합니다. 비료 배급이나 민방위 훈련과 같은 이런 저런 일에 대비해 마을 회관에 맡겨 둔 주민들의 도장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의서에 찍힌 것입니다. <인터뷰> 이응호(한국농촌공사 고성·거제지사 지역개발 팀장): “저희 직원들이 마을 도장을 훔쳐와서 찍겠습니까? 수 천 명이 되다 보니까 5개 면에 흩어져 있으니까 동의는 저희들 직원들이 지역별로 분담을 해서 이장단 회의때 또는 면에서 할 때 저희들이 이장님한테 나눠주죠. 설명을 하고.” 농촌공사는 어로 행위를 입증하는 어촌계에 가입하지 못해 결국 보상에서 소외된 주민들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이응호(한국농촌공사 고성·거제지사 지역개발팀장): “여태까지 민원을 제기한 부분이 우리도 보상해달라 그리고 이제 그게 안되면 동의서가 거의 날조됐으니까 사업이 중단돼야 한다 조사해 달라 그런 요지로.” 그렇지만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 김일환(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항상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인데요.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의사를 물어보는 동의 과정이 철저하게 배제되었고요. 어떤 이익이 있는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서 추진이 되었고요.” 간판만 남은 채 최근 문을 닫은 어업 피해 보상 대책위원회 사무실. 이 위원회는 견제를 해야 할 시공사로부터 1년 동안 달마다 수백 만원씩의 경비를 받아 왔습니다. 말썽이 일자 나중에는 대출금으로 운영비를 댔다고 둘러대지만 석연치 않은 의혹을 피할 수는 없게 됐습니다. <인터뷰> 이응호(한국농촌공사 고성·거제지사 지역개발팀장): “보통 시공하다 보면 문제가 있고 하면 시공사 차원에서 이렇게 주민 민원 그걸 하기 위해서 조금씩 어촌계 행사라든지 이런 부분에 지원할 수는 있겠죠.” 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마동호 사업은 오는 2012년 말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정이 30% 정도 진척된 상태입니다. 개발이냐 보전이냐를 둘러싸고 십년 넘게 국론을 양분시켰던 새만금 간척 사업. 그리고 한 때 죽음의 호수로 불리기까지 했던 시화호,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마동호 방조제 사업도 이들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